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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 못하는 문장

#문장25. 김초엽-지구 끝의 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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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음을 모두 주었던 이 프림 빌리지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것이었다. 오래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 끝이 결코 오지 않기만을 바랐었다. 하지만 이 곳을 떠나도 여기에 내 마음이 아주 오래도록, 어쩌면 평생 동안 붙잡혀 있으리라는 것을 나는 그때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리가 돔 시티는 어땠냐고 물으면, 할머니는 그냥 웃기만 했지.
너도 이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지. 적어도 하나 이상의 지역에, 모스바나 정원을 가꾸던 이상한 노인들이 있었다는 거야.
난 네가 이 이야기를 꼭 끝까지 파헤쳐줬으면 좋겠어.
엄마는 네 글을 읽은 이후로, 매일 울고 있거든.

"내가 너에게 개량종을 넘겨주면, 프림 빌리지는 해체되겠지.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이 온실이 유지되지 않겠지. 그러면 우리는 여기 더이상 남지 못하게 되고, 언젠가 너도 나를 떠나겠지. 이곳 밖에서 너는 유일한 정비사가 아니니까. 그래서......... 네게 개량종을 주지 않은 건,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였어."

나오미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지도 위에 점들이 여전히 깜빡이고 있었다. 아영은 설명을 멈추었다. 이제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나오미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수많은 점들의 이름을.

이 소설을 쓰며 우리가 이미 깊이 개입해버린, 되돌릴 수 없는,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곳 지구를 생각했다.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아마도 나는, 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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