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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 못하는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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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69. 김현경-사람,장소,환대 1. 사람의 개념"현대전에서 병사는 사람이 아니라 물건이다. 이는 전시에 적군을 죽이는것이 '인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사형이 살인이 아닌 이유는, 사형수가 숨을 거두기 전에 이미 사람자격을 발탈당하고 물건의 지위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가 사람으로서 지녔던 광휘는 온전히 이 공동체에서 발려온 것이기에, 공동체로부터의 추방은 그를 도살장의 가축처럼 두려움 없이 죽일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어준다." 2. 성원권과 인정투쟁"사람이라는 말은 사회 안에 자기 자리가 있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사회적 성원권을 얻기 위한 투쟁은 사람이 되기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4. 모욕의 의미"신자유주의 하에서 모욕은 흔히 굴욕의 모습을 띠고 나타난다. 예고 없이 실직을 당할 때, 일한 대..
#문장68. 천선란-아무튼, 디지몬 이건 내가 디지몬과 영원히 이별하는 이야기다. 23p 나는 리키의 내래이션을 들으며 내게도 길고도 매우 짧은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 선택받은아이가 됐다. 34p 아구몬과 함께여도 재미있겠고, 파닥몬도 정말 귀엽고, 피요몬도 멋있지만 그래도 나는 외로운 매튜 곁에 있어주는, 다그치지 않고 그 외로움에 함께 파 묻혀주는 파피몬이 좋았다. 103p 나의 디지몬이 기억하는 대로, 나는 작가가 되었다. 125p 이들이 있어 내 세계가 지루하지 않고 풍성했다. 하지만 지금은 없다. 더는 이들이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라는 환상을믿지 않는다. 올챙이가 가득한 답답한 저수지를 바라보며, 디지털 세계를 믿지 않고서는 도저히 숨 쉴 방도를 찾지 못하던 열한 살의 나도 이제 없다. 디지털 세..
#문장67. 김현미-흠결없는 파편들의 사회 151p. 배려심이라는 말은 일터에서 여성들을 비난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었다. 과거의 상명 하달식 언어 체계를 대치하는 용어로 등장한 것이 배려심이다. 회식 자리에서 성적 침해를 피하기 위해 남성 상사 옆에 앉기를 거부하는 여성은 팀을 생각하는 배려심이 없다. 배려심이란 말은 강력한 통제로 작용한다. 하급자 혹은 여성을 복종하도록 훈육하기 위해 '배려심 없는 여성'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이다. 보통 배려는 강자가 약자에게 배푸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은 조직에서 낮은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 많이 사용된다. 280p. 반면 능력주의를 믿고 자라 일터에 헌신한 여성들은 정당한 몫을 보장받지 못했을 때 불의한 차별이 아닌 자신의 부족함에 집중한다. 지속적으로 성장을 요하는 미숙한 존재로 스스로..
#문장66. 조우리-엘리제를 위하여 P141. 엘리제의 입구에 적힌 손 글씨는 페페가 쓴 것이다. 이 사실을 소설 밖에 남겨둔다. 엘리제가 그냥 거기에 있기를 바란다. 계속. 엘리제의 방식으로.
#문장65. 조예은-꿰맨 눈의 마을 156p. 타운은 소거법으로 유지되는 땅. 그렇다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그 곳에는 몇이나 남게 될까?
#문장64. 문유석-개인주의자 선언 Page 74. 우연히 역대 수능 수석 45인을 추적한 신문 기사를 읽었다. 수석 합격자 그룹에 대한 분석은 사회적으로 크게 의미 있는 일이 아닌데도 한국사회에서는 너무 자주 이들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는 듯하다. 이들이 가장 뛰어난 인재인 것도 아니고, 이른바 엘리트 집단에 대한 분석으로 삼기에도 너무나 협소하여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도 않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관심 가져야 할 그룹은 어차피 자기 앞가림 알아서 잘할 그룹이 아니다.
#문장63. 민지형-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22page. 여러분의 가장 행복했던 기억 속 그곳. 그런 곳이라곤 없어서 늘 도망치듯 정처 없이 떠도는 자신과, 수도 없이 많은 행복한 기억 속으로 돌아가기 위해 8990만 원짜리 기기를 사들이는 삶, 심지어 발명해내는 삶. 우리들의 삶은 닿을 수도, 닮을 수도 없을 것이다. 영원히. 282page. 너는 내 인생에서, 다시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됐어. 하지만 네가 나를 잊는대도 괜찮아. 그게 네가 선택한 삶이라면. 아직은 그러기 싫다면, 너희 집에서 제일 가까운 지하철역에 가서, 코인로커 15번을 열어 봐. 비밀번호는 8990이야. 언젠가 또 보자고, 공주님. 306page.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머릿속에 떠올랐을 당신의 기억들이 궁금하다. 오래 걸리더라도, 지치고 고통스럽더라도, 반드시 더 멀리 ..
#문장62. 전명윤-리멤버 홍콩 시간에 갇힌 도시와 사람들 Page 15. 허탈하게 웃고 있는데 시위대가 내 앞으로 밀려왔다. 나도 시위대와 함께 최루탄을 피해 황후상광장으로 갔다가 소호로 향했다. 달려가는 내내 익숙한 풍경들이 곁을 스쳤다. 양조위가 좋아하는 우육면 가게, 주윤발이 총격전을 벌이던 골목과 영화 속에서 그리도 쓸쓸해 보이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그대로였지만 더 이상 내가 알던, 내가 사랑했던 홍콩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자리에 주저 앉아서 쫓기는 자와 쫓는 자만 남은 도시를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그렇게 우리가 사랑했던 홍콩의 유통기한이 끝나버렸다.
#문장61.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Page27. We don't deserve dogs. 우리는 개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
#문장60. 김수빈-고요한 우연 https://youtu.be/6rb9vWDCLlA?si=zkbIGkk0GQtPaZ68 Page85. 네가 다치지 않으려면, 네 의지와는 상관없이 너한테 흘러들어 온 것들은 그렇게 다시 흘려보내는 게 맞는지도 몰라. 고이지 않고, 넘치지 않게. 너는 바다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