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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 못하는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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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49. 전삼혜 - 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 [창세기] page10. 네가 좋아하던 노래, 좋아하던 영화 대사, 좋아하던 자리에서 보이던 풍경들. 네 사무실 책상에 늘 놓여 있던 페퍼민트 캔디통의 색깔까지. 나는 너에 관해서라면 무엇이든 떠올릴 수 있어. 푸르지 않은 지구를 보며 나는 너를 생각해. page32. 어쩌면 네가 5년 동안 룸메이트를 바꾸지 않은 것이 단지 내 입이 다른 사람들에게 너의 사생활을 떠들어 대지 않을 만큼 무거워서라고 해도 나는 상관없었어. 네가 원한다면 나는 끝까지 지킬 거야. 너의 초조함, 너의 눈물, 너의 짝사랑을 포함한 모든 비밀. 이제는 비밀을 들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해도. pge34. 안녕. 지워질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할게. 그리고 이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거야. 너는 나의 세계였으니, 나도 너에게 세..
#문장48. 정세랑-절연 “징계위원회에서도 박윤찬을 대변했구나? 오빠가 놔줬구나, 계속 이 판에서 밥 벌어먹고 살 수 있게?” 가은의 물음에 형우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퍼석하게 부은 눈가가 움찔거렸다. 왜 좋은 얼굴로 늙었다고 여겼었는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 보였다. “그래. 박윤찬은 내내 박윤찬처럼 살겠지. 우리만 서로를 안 보게 됐네.” 말을 마치자, 벽 안의 배관 소리도 냉장고 소리도 멈춰 마침표처럼 정적이 자리했다. 그 순간 가은은 완전히 유리된 상태에서 중얼거려버렸다. 여기가 편집점이네, 하고.
#문장47. 천선란 - 랑과 나의 사막 29 p. "너는 모든 날들을 사진처럼 다 떠올리는 거지?“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그건 정말 부러워.“ ”인간은 어떤 식으로 떠올리지?“ ”슬픈 거부터.“ 한 글자씩 혀로 뭉개는 듯한 느린 말투. ”내가 잘못했던 것들을,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상대방의 모습을.“
#문장46. 타일러 라쉬-두 번째 지구는 없다 우리의 경제관은 고장 났다고 하기보다는 구각이라고 지적하는 게 더 맞다. 이전에는 몰라서 알 수 없던 것을 어쩔 수 없이 계산에 넣지 못하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제는 알 수 있고 계산할 수 있는 것인데도 안 하는 식이다. 41 page
#문장45. 홍민지-꿈은 없고요, 성공하고 싶습니다 그때 그 감독에게는 내가 언젠가 복수할 거다. 어떤 방식으로 갚아줄 거냐면, 내가 더 능력을 키워서 당신 같은 태도로 일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을 거다. 당신의 이름과 얼굴이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당신 같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모두 뺏어야 그중에 당신 한 명이 걸릴 테니까. 좀 오래 걸리겠지만 그래도 나의 숙원 사업으로 진행할 것이다. 나는 하현종 대표를 찾아갔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벼랑 끝에 몰려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대표가 내놓은 해결책인 포기하라는 것이었다. 매번 최고점을 받는 것보다 가끔 최저점을 받아도 평균값을 유지하는 게 오래 버티는 비결이라고 했다. 이제까지는 좋은 성과를 냈으니 이번에 최저점을 받아도 괜찮다는 논리를 펼쳤다. 꽤 그럴듯하게 들렸다. 인생을 살면서 누군가 나에게 최저점을 ..
#문장44. 조예은 - 트로피컬 나이트 [릴리의 손] 지금은 아침 8시 13분이야. 눈을 뜨자마자 이 편지를 써. 2195년에도 보낼 수 없는 편지가 있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너에게 보낼 수가 없으니, 사실 이건 편지가 아닌 일기에 가깝지.
#문장43. 최은영-애쓰지 않아도 꿈을 이룬 것을 축하해, 데비. 거기까지 쓰고 나는 생각했다. 데비, 나는 다시 잘못된 기차에 탔어.
#문장42. 천선란 - 노 랜드 [푸른 점] "내가 절망할 걸 알기에 숨겼다는 거지?" [폭동은 절망에서 옵니다.] "폭동은 희망에서 와." 시에라가 천천히 숨을 골랐다. "지금 돌아가면 지구에 남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시에라가 뒤돌았다. 푸른 점을 보며,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잿빛 행성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모두 지구를 향해, 우리의 집이자, 우리 자신이었던, 우리가 사랑했던 세상 모든 존재들이 있던 저 작고 푸른 점을 향해." 경례.
#문장41. 천선란-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인간은 선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선해 보이는 건, 악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산타는 있었다. 산타는 완다가 믿지 않기 시작했을 때 죽었다. 매해 수십만 명의 산타가 태어나고 죽었다. 그러므로 아이는 모두 한 명의 산타를 살해하며 어른이 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산타는 시작일 뿐이다. 그 후 살아가는 동안 꾸준히 많은 것들을 소리 소문 없이 죽인다. 죽인지도 모르게. 그렇게 점점 어른이 되어 가면서 아이는 외로워진다. 함께했던 많은 것들을 죽인 죄로, 안은 텅 비어 있다. 그 안에 사람을 넣으려고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아이가 죽여 왔던 여타의 것처럼 아이에게 호의적이지도 않고 변덕이 심하다. 그것이 살인의 형량이다.
#문장40. 천선란 - 어떤 물질의 사랑 [어떤 물질의 사랑] 네가 자꾸 눈길을 끌었다는 거, 네가 특별했기 때문에 그랬던 거 아니야. 창피해서 돌려 말했는데 그냥 첫눈에 반한 거였어. 혹시나 오해할까 봐. "멀리 떨어져 있다는 건 슬픈 일이지만 사실 그렇게 슬프지도 않아." 엄마가 갑자기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결국,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그걸 잊으면 슬퍼지는 거야." "......" "아마 그 작가는 다시는 쿠바로 돌아갈 일이 없다고 생각했겠지. 언제든 다시 쿠바로 돌아갈 생각이었다면 그렇게 그리움이 덕지덕지 묻은 문장은 쓰지 않았을 거야." "작가가 조금 비겁한 것 같아요. 이건 그냥 사랑인 척 썼을 뿐이에요." 라오였다. "어떤 사랑은 우주를 가로지르기도 하는 걸요." [마지막 드라이브] 자동주행이 가능했던 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