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못하는 문장 (68) 썸네일형 리스트형 #문장8. 채사장-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이 책은 가장 어려운 분야에 대한 탐구 결과이고, 고독한 무인도에서 허황된 기대와 함께 띄워보내는 유리병 속 편지다. 우리는 고대 사회를 몇몇 위대한 영웅들과 선지자를 중심으로 기억하지만, 당시를 살아가던 대다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가정과 학교의 보호 속에서 제대로 된 실패를 해보지 않은 사람일수록 자신에 대한 환상을 갖는다. 자신이 실패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 하지만 세상은 당신과 그런 방식으로 관계 맺으려 하지 않는다. 세상은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부터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다. 왜 갑자기 시간은 정지한 듯하고 우리는 무기력해졌던 것일까. 학교에서의 시간은 어제도, 한달 전에도 동일하게 흘렀는데 말이다. 답은 간단하다. 끝을 보았기 때문이다. #문장7. 정세랑-목소리를 드릴게요 왜 확인하지 않았을까. 확인하려면 확인할 수도 있었는데. 사실은 그만두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 가장 비겁한 방식으로 그만두고 말았지만. 비극을 잊어버리는 시대의 전쟁이란 말할 것도 없이 참혹했다. 마취약이 들어올 때, 의사가 숫자를 거꾸로 세라고 했는데 승균은 전혀 엉뚱한 말을 남겼다. 하필이면 사랑이 일목 대상인 일목인처럼. 물거품이 될 각오가 선 인어처럼. "목소리를 드릴게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유전자가 아닌 익명의 공동체 유전자를 원했다. 닮은 대상이 아니라, 닮지 않은 대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 했다. 태이도 그랬을 것이다. #문장6. 최태성-역사의 쓸모 서른 살 청년 이회영이 물었다. "한 번의 젊은 나이를 어찌할 것인가" 눈을 감는 순간 예순여섯 노인 이회영이 답했다. 예순여섯의 일생으로 답했다. #문장5. 문목하-돌이킬 수 있는 정여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최주상을 보았다. 그리고 먼 바깥에 환영처럼 스쳐 지나가는 윤서리의 모습을 보고, 다시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왜겠어요?" 정여준은 미소를 지었다. 최주상이 그를 완전히 처음 보는 낯선 이로 느낄 만큼 찬란한 미소였다. "왜겠어요." #문장4. 정세랑-시선으로부터 "나 결심했어. 할머니 제사상에 완벽한 무지개 사진을 가져갈 거야." "뭐? 그렇게 단순하게 결정하는 거야?" 지수의 결정에 우윤은 깔깔 웃었지만, 속으로 자신도 결정했다. 완벽하게 파도를 탈 거야. 그 파도의 거품을 가져갈 거야. #문장3. 유시민-항소이유서 모순투성이이기 때문에 더욱 더 내 나라를 사랑하는 본 피고인은, 불의가 횡행하는 시대라면 언제 어디서나 타당한 격언인 네크라소프의 시구로 이 보잘 것 없는 독백을 마치고자 합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1985년 5월 27일 유시민 서울형사지방법원 항소 제5부 재판장님 귀하 #문장2. 김진아-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교육과 정보와 야망과 용기까지 장착한 여성들이 이미 한국의 오늘을 바꾸고 있다. 10년 뒤 한국은 더 바뀔 수 있다. 당신과 내가 바뀌길 선택하면. 나는 어느 때보다 낙관적이다. #문장1. 동성애 학생에 대하여 학교에서 취할 조치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없다. 동성애는 학교가 전혀 관여할 수 없는 그 학생의 개인적 성향이다. 이것을 처벌한다는 명목하에 이루어지는 이 설문지조차 터무니 없다. 내성적인 아이가 남들보다 대인관계를 맺는 데 시간이 오래 소요되고, 깔끔한 사람이 남들보다 청소빈도가 높은 것처럼 그저 본인의 특정한 성향인거다. 학교의 건전한 생활풍토를 마련하기 이전에, 학생들의 정신적인 배움터인 이곳의 정신적 수준 향상에 힘쓰는 게 어떨는지. 이곳은 분명 진보되기를 희망하며 운동장에 새 잔디를 마련하고, 교실에 최첨단 칠판을 설치했다. 또, 백일장에서는 차별이 야기하는 문제들을 지적하고, 양성'평등'을 주장하는 내용을 주된 제목으로 분류해놓는다. 그러나 지금 당장 쓰레기통에 처박아도 될 것 같은 이 설문지는 매우 구시대적 발상이며, 심하게 차별적.. 이전 1 ···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