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못하는 문장 (68) 썸네일형 리스트형 #문장59. 희정-일할 자격 Page48. 이렇게 사회적 문제가 개인의 자금력 문제로 치환된다. 늙을수록, 아플수록, 외로울수록 돈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 오래된 말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관계와 평등, 사회적 안전망임을 잊게 한다. Page99. "여자 교육은 모성 중심의 교육이어야 한다.“ 소설가 이광수가 여성 교육에 관해 한 발언이다. 여자에게 정규 교육을 받게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던 1920년대에는 나름 앞서간 계몽의 목소리였다. 근대 자본주의의 초입, 사회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인간형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동시에 그 인간형을 만들어낼 생활 전반의 변화가 요구되었다. 생활이 이뤄지는 기본 단위인 가정에는 여자가 있었다. 그렇게 아내이자 어머니인 여성은 근대 개화 교육의 대상으로 들어온다. 자녀.. #문장58. 구달 이지수-읽는 사이 Page164. 어떤 구원은 작지만 확실한 온기를 머금고 일상의 틈으로 스며듭니다. Page274. 「혜성」은 본문도 물론 기가 막히지만 컬러 도판이 특히 예술이야.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우주를 점점 더 사랑하게 된다니까. 가슴이 우주로 가득 차오르거든 말해줘. 나랑 별 보러 가자. #문장57. 천선란-이끼숲 [바다눈] Page69. 하지만 하나의 감정만으로 삶 전체를 설명하는 건 마르코에게 어려웠다. 어떤 순간은 마르코를 살고 싶게 했고, 어떤 순간은 마르코를 죽고 싶게 했다. 살아가는 건 징검다리 건너듯이 원치 않아도 어느 순서에는 반드시 불행의 디딤돌을 밟아야만 하는 것 아닌가. [이끼숲] Page155. 그 애가 담당 교사에게 지상 탐사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을 때, 교사는 난감한 표정으로 어색하게 웃었다. 위험하다는 말로 위로하려던 교사의 방식은 역시 틀렸다. 자격이 되지 않는다고 정확히 말해주고, 지상의 식물은 책에 나와 있는 것과 다르다는 걸 알려줬어야 했는데. 과거는 우주와 같아서 우리는 걸어 그곳에 갈 수 없고, 네가 꿈꾸는 아름다움은 만질 수 없는 별과 같아서 실체를 마주하기 위해 걸음을 내딛.. #문장56. 이슬아-날씨와 얼굴 [어떤 시국선언] Page56. "인간은 죽을힘을 다해 사는 것이 아니라 죽인 힘으로 산다." 「절멸」에 적힌 문장이다. Page59. 세상 대부분의 일이 '어차피'와 '최소한'의 싸움이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어차피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과 그래도 최소한 이것만은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들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슬픔을 모르는 수장들] Page112. 중요한 결정권을 쥔 자들은 어떤 어른들인가. 그들은 어떤 타인을 끔찍이 사랑하는가. 그들을 눈물짓게 할 타인은 누구인가. 21만 원에서 40만 원 사이의 돈을 빌릴 누군가가 주변에 없는 사람. 그들이 대폭 늘어났다는 정보를 소리 내어 말하면서 고통을 느끼는 자만 슬픔에 목이 잠긴다. 한국은행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저소득 가.. #문장55. 장하준-장하준의 경제학레시피 Page36. 내가 이런 주장을 하면 경제학은 보통 시민의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눈이 돌아가게 어려운 전문 용어와 기술적인 논쟁, 복잡한 수학 공식과 통계가 난무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갈 것인가? 이해할 수 없는 경제학 이론이 난데없이 나타나 우리가 몸담은 세상 전체를 뒤짚어엎고 주물럭거리는 것을 “절망 어린 침묵 속에서 그저 바라보고만”있을 것인가? 지금 우리 사회가 만들어지고 돌아가는 방식에 만족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자신이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원칙과 정부의 철학이나 정책이 일치하는가? 세계적인 거대 기업과 평범한 노동자가 공평하고 정당하게 세금 부.. #문장54. 박서련-프로젝트 브이 Page236.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뭔데요.” 우람의 말에 손서진이 또 부루퉁하게 대꾸했다. 우람은 조심스럽게 말을 골랐다. ”이제는....... 저와 같은 편이고 싶지 않은 건가요?“ Page320. 우람은 찌릿찌릿한 손끝에 집중해 흩어지는 정신을 붙잡으려 애쓰며 생각했다. 아무튼, 브이. 내가 이겼어. 이제는 들리지 않겠지만, 듣고 있다면. 인정하겠지, 내가 이겼다는 거. 네게는 파일럿이 필요했어. 이제는 누구도 너에게 탑승하고 싶어 하지 않겠지만. 알겠어? 이번에는 내가 이겼다고. #문장53. 김혼비-다정소감 Page50. 그렇다. 여성들도 소리 지르고 때리고 맞는 훈련을 해야 한다. 미지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원초적 싸움의 세계’를 경험을 통해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Page61. '쿨하다‘가 한 시대의 정신으로 각광받으면서 윤리적 노팬티 상태가 패션인 양 포장되며 쏟아지는 무례한 독설들. 그런 말들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면 어김없이 날아오는 위선적이고 가식적이라는 비난과 조롱들. Page97. 얼마 전 친구에게 부칠 책들이 있어 우체국에 들렀다가, 진지하게 ‘정필모’라는 이름을, 친구가 산 파쇄기에 갈기갈기 찢길 운명인 송장에 적고 있으려니 문득 마음이 먹먹해졌다. 집에서조차 안전할 수 없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흔적은 기를 쓰고 없애야 하는 현실.. #문장52. 성이수-서정 소품집 혹자들은 아는 게 힘이라지요. 이 곳에선 모르는 게 힘입니다. 일자무식, 모르고, 아둔해진 채 의아해하다가, 의원님은 어느 순간 의원님의 일상을 돌려받으시면 됩니다. 전쟁이 끝나고 문득 뒤를 보면 터널일 겁니다. 그럼 앞으로 걸어 나가 영영 사라지세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아무 것도 본 적 없는 사람처럼. #문장51. 박현주-까마귀가 울다 156page 이정운은 나와 대화를 한 게 아니라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명함이 끼워져 있는 책을 찾아, 쪽지를 끼워두고 곧바로 서가에서 벗어났다. 바로 코앞에 있는 나를 전혀 보지 못한 채로. 나를 보지 못한다는 것은······. 쪽지를 끼운 책을 꺼내 들었다. 이정운이 쓴 글자가 보였다. 저번처럼 짧지만 또다시 지나칠 수 없는 말 한마디. 고맙습니다, 형. 이제 남은 건 매이의 짙은 울음소리뿐, 여름은 속절없이 지나가고 가을이 왔다. 349page 명부가 활짝 열렸다. 할머니 앞에 열린 문으로 인도하기 위해 손을 내밀어 잡자 할머니는 매번 차갑던 손이 왜 이리 따뜻하냐며 웃었다. "제 손은 마지막에 잡는 손이라서요." "이런 손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으면 더 안심하고 살았을텐데······." .. #문장50. 예소연-사랑과 결함 Page 185. 일순간 몸에서 모든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고 어쩐지 나는 몹시 충만하고 완전해진 기분을 느끼고야 말았다. 인제 와서 생각건대, 현재 나의 모든 불행은 그만큼 충만한 기분을 일평생 다신 느낄 수 없을거라는 확신으로부터 비롯되는 것 같다. 이전 1 2 3 4 5 ···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