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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운은 나와 대화를 한 게 아니라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명함이 끼워져 있는 책을 찾아, 쪽지를 끼워두고 곧바로 서가에서 벗어났다. 바로 코앞에 있는 나를 전혀 보지 못한 채로. 나를 보지 못한다는 것은······.
쪽지를 끼운 책을 꺼내 들었다. 이정운이 쓴 글자가 보였다. 저번처럼 짧지만 또다시 지나칠 수 없는 말 한마디.
고맙습니다, 형.
이제 남은 건 매이의 짙은 울음소리뿐, 여름은 속절없이 지나가고 가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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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부가 활짝 열렸다. 할머니 앞에 열린 문으로 인도하기 위해 손을 내밀어 잡자 할머니는 매번 차갑던 손이 왜 이리 따뜻하냐며 웃었다.
"제 손은 마지막에 잡는 손이라서요."
"이런 손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으면 더 안심하고 살았을텐데······."
"알고 계셨잖아요. 여기까지 온 사람은 모두 알고 있어요. 마지막에 기다리는 이가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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