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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 못하는 문장

#문장62. 전명윤-리멤버 홍콩 시간에 갇힌 도시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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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5. 허탈하게 웃고 있는데 시위대가 내 앞으로 밀려왔다. 나도 시위대와 함께 최루탄을 피해 황후상광장으로 갔다가 소호로 향했다. 달려가는 내내 익숙한 풍경들이 곁을 스쳤다. 양조위가 좋아하는 우육면 가게, 주윤발이 총격전을 벌이던 골목과 영화 속에서 그리도 쓸쓸해 보이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그대로였지만 더 이상 내가 알던, 내가 사랑했던 홍콩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자리에 주저 앉아서 쫓기는 자와 쫓는 자만 남은 도시를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그렇게 우리가 사랑했던 홍콩의 유통기한이 끝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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