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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 못하는 문장

#문장17. 김금희-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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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는>
환자가 집안에 있는 건 슬픈 일이고 자기 자신의 삶에 근저당이 잡히는 셈이었다. 죽음이라는 채무자가 언제 들이닥쳐 일상을 뒤흔들지 몰랐다. 그게 자신의 죽음이라면 의식이 꺼졌을 때 자연스레 종료되지만, 타인이라면 영원히 끝나지 않는 채무상태에 놓이게 된다. 기억이 있으니까. 타인에 대한 기억이 영원히 갚을 수 없는 채무로, 우리를 조여온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사람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닳는 것 같아요. 그렇게 믿고 따르던 형인데 지금은 어디서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고 인터넷 짤로만 남아서 정치 게시판을 떠도는데 그렇게 형이 닳는 거예요. 이제 그런 형만 남는 거예요.
-페퍼로니가 뭐였는데요? 함께 출연한 게스트가 묻자 그는 글쎄요, 하더니 잠시 말을 끌었다. 그러고는 결국 아무데서도 오자 않았다는 뜻이 아니었을까요, 라고 했다.

<깊이와 기울기>
우리들의 르망이 그 섬에 있는 한, 어쩌면 그것은 중요한 사실이 아닐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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