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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 못하는 문장

#문장13. 천선란-천 개의 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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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인간을 살게 했고, 고통이 인간을 성장시켰다.

고통은 생명체만이 지닌 최고의 방어 프로그램이다.

나의 구원자이자 나를 선택한 세계. 내가 이렇게 자신을 표현했다는 것을 알면 연재는 분명 미간과 콧등에 주름을 잔뜩 만들고 나를 쳐다봤을 것이다. 괴팍하지만 미움이 없는 신비로운 표정으로.

"달릴 수 있을 거야."
부질없는 위로였다. 밧줄이 필요한 사람에게 휴지를 뽑아 내민 기분이었다.

"그리움이 어떤 건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보경은 콜리의 질문을 받자마자 깊은 생각에 빠졌다. 콜리는 이가 나간 컵에서 식어가는 커피를 쳐다보며 보경의 말을 기다렸다.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 거야."

"그리운 시절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거야."
보경의 눈동자가 노을빛처럼 반짝거렸다. 반짝거리는 건 아름답다는 건데, 콜리 눈에 그 반짝거림은 슬픔에 가까워 보였다.
"행복이 만병통치약이거든."
"..."
"행복한 순간만이 유일하게 그리움을 이겨."

민주는 말들의 관리인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마방에 갇힌 또 다른 말이었다. 사회는 개개인이 촘촘히 연결된 시스템이었고 그 선은 서로의 목을 감고 있었다. 살기 위해서는 끊어야 할 때 연결된 선을 과감하게 끊어야 한는 것이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죽이느냐 마느냐의 문제였다.

은혜가 아픈 손가락이었다면 연재는 신경이 손상된 손가락이었다. 어느 날 문득 쳐다보면 언제 다쳤는지 알 수 없는 오래된 상처가 엉망으로 아물어 있었다. 딱지를 뜯어 약을 발라줄 수도 없었다.

"문명이 계단을 없앨 수 없다면 계단을 오르는 바퀴를 만들면 되잖아요. 기술은 그러기 위해 발전하는 거니까요. 나약한 자를 보조하는 게 아니라, 이미 강한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인류 발전의 가장 큰 발명이 됐던 바퀴도, 다시 한 번 모양을 바꿀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바퀴가 고대 인류를 아주 먼 곳까지 빠르게 데려다 줬다면 현 인류에게도 그렇게 해줄 거라고 믿어요."

더 빨리, 더 빠르게. 설령 무릎이 완전히 망가진다고 할지라도 투데이는 더 빠르게 뛰고 싶어 한다. 다시 달릴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서.
나는 그때 투데이에게서 떨어졌다.
두 번째 낙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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