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국선언]
Page56. "인간은 죽을힘을 다해 사는 것이 아니라 죽인 힘으로 산다." 「절멸」에 적힌 문장이다.
Page59. 세상 대부분의 일이 '어차피'와 '최소한'의 싸움이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어차피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과 그래도 최소한 이것만은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들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슬픔을 모르는 수장들]
Page112. 중요한 결정권을 쥔 자들은 어떤 어른들인가. 그들은 어떤 타인을 끔찍이 사랑하는가. 그들을 눈물짓게 할 타인은 누구인가. 21만 원에서 40만 원 사이의 돈을 빌릴 누군가가 주변에 없는 사람. 그들이 대폭 늘어났다는 정보를 소리 내어 말하면서 고통을 느끼는 자만 슬픔에 목이 잠긴다. 한국은행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저소득 가구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는 건조한 문장으로 결코 표현되지 않는 고통 말이다. 나는 이것에 슬퍼하는 수장들을 원한다. 가장 취약한 이들의 해방과 자신의 해방이 진정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아는 수장들을 원한다. 그런 수장들만이 숫자 속에서 취약한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다.
[서로 다른 운동이 만나는 순간]
Page125. 같은 해 장혜영 의원실은 국내 최초로 기후 국감을 진행했다. 반지하 홍수 피해로 사망한 이들의 영정을 마주하고 온 장 의원이 기후 정치가 얼마나 절박한 일인지 실감했기 때문이다.
"안다고 착각했던 일을, 진짜로 알게 되는 순간이 있지 않습니까."
대담에서 그는 말했다. 21대 국회 3백 개의 의원실 중 적어도 한 곳은 기후위기 상황실이어야 하지 않겠냐는 경각심이 그를 기후 국감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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