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버리지 못하는 문장

#문장59. 희정-일할 자격

반응형

Page48. 이렇게 사회적 문제가 개인의 자금력 문제로 치환된다. 늙을수록, 아플수록, 외로울수록 돈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 오래된 말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관계와 평등, 사회적 안전망임을 잊게 한다.

Page99. "여자 교육은 모성 중심의 교육이어야 한다.“
소설가 이광수가 여성 교육에 관해 한 발언이다. 여자에게 정규 교육을 받게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던 1920년대에는 나름 앞서간 계몽의 목소리였다. 근대 자본주의의 초입, 사회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인간형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동시에 그 인간형을 만들어낼 생활 전반의 변화가 요구되었다. 생활이 이뤄지는 기본 단위인 가정에는 여자가 있었다. 그렇게 아내이자 어머니인 여성은 근대 개화 교육의 대상으로 들어온다. 자녀를 현명히 가르치고 길러낼 수 있는 ‘현모’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앞서 이광수가 말한 모성 중심의 교육이란, 즉 현모양처 담론이었다. 여성은 장래의 ‘국민’을 기를 때에야 ‘국민’이 될 수 있었다.

Page119. 많은 이들이 혼인 상태가 아닌 채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집을 떠나야 했다. ”여성이 개인성, 시민성을 획득하는 문제는 곧 가족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되어“왔기 때문에, 임신한 딸을 내쳐도 되는 권력과 명분이 ’집‘에 있었다.

Page133. 내가 만난 몇몇은 병원에서 타온 약을 등 뒤로 숨긴다면 ’엄친아‘라고 불릴 사람들이기도 했다. 착실하게 살았다. 그러다가 발에 뭐가 걸려 넘어지듯 미끄러졌다. 넘어지고도 멈추는 법을 몰랐다. 반복해 넘어지다 보면 어느새 ’엄친아‘라는 수식어도 사라져 있었다. 그러고 보면 엄친’딸‘보다 엄친’아(들)’란 단어가 대표성을 띄게 된 이유가 있다. 자주 넘어지는 사람에게 ‘모범적’이라거나 ‘성공적’이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젊은 여성들은 넘어질 일이 더 잦다. 그들이 걷는 길은 울퉁불퉁하다.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