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80)
#문장38. 이민진 - 장식과 무게 생각해보면 영우 씨에겐 대범한 구석이 있었는데, 가끔 사소한 위법을 아무렇지 않게 저질렀고 지나칠 수 있는 타인의 실수나 잘못을 끝까지 따졌다. 그런 영우 씨의 모습을 마주하는 게 불편했던 나는 그녀에게 품은 호감을 간직하기 위해서 이후에 본 것들을 잊어야 했다. 그래야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나는 해니와 영우 씨를 기억했다. 가장 상징적인 시간만 취하고 나머지는 버렸다.
#문장37. 은희경-장미의 이름은 장미 취한 현주는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쓸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이 도시에 대한 이야기는 쓰지 못할 게 확실했다. 이곳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듯하지만 문이 하도 많아 좀처럼 안쪽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도시, 언제까지나 타인을 여행객으로 대하고 이방인으로 만드는 도시였다. 처음에는 환대하는 듯하다가 이쪽에서 손을 내밀기 시작하면 정색을 하고 물러나는 낯선 얼굴의 연인 같았다. 그것은 현주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신발을 신는 현주의 등뒤에서 코베인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는 톰 소령, 지상관제소 나와라, 행성 지구는 푸르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현주는 잠시 그쪽을 돌아보았다. 눈으로 현주를 배웅하고 있었던지 코베인이 맥주병을 든 채로 한손을 조금 들어 보였다. 한낮..
#문장36. 황모과-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 해라를 찾아야 했다. 그건 내가 세상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와 같은 의미였다. 여자아이 몇 명쯤 사라져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세상은 내 세계가 아니었다. 91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