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의 개념
"현대전에서 병사는 사람이 아니라 물건이다. 이는 전시에 적군을 죽이는것이 '인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사형이 살인이 아닌 이유는, 사형수가 숨을 거두기 전에 이미 사람자격을 발탈당하고 물건의 지위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가 사람으로서 지녔던 광휘는 온전히 이 공동체에서 발려온 것이기에, 공동체로부터의 추방은 그를 도살장의 가축처럼 두려움 없이 죽일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어준다."
2. 성원권과 인정투쟁
"사람이라는 말은 사회 안에 자기 자리가 있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사회적 성원권을 얻기 위한 투쟁은 사람이 되기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4. 모욕의 의미
"신자유주의 하에서 모욕은 흔히 굴욕의 모습을 띠고 나타난다. 예고 없이 실직을 당할 때, 일한 대가가 터무늬없이 적을 때, 아무리 절약해도 반지하 셋방을 벗어날 수 없을 때 사람들은 굴욕을 느낀다. 하지만 이것은 모욕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이론적으로 모욕은 구조가 아니라 상호작용 질서에 속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를 해고한 사장도, 월세를 올려달라는 주인집 할머니도 나를 모욕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시장의 법칙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다. 그들은 매우 예의 바르게, 심지어 미안해하면서 자기들의 입장을 전달하지 않았던가? 누구도 나를 모욕하지 않았다면, 내가 느끼는 굴욕감은 전적으로 나의 문제가 된다. 신자유주의의 전도사들은 이것을 자존감의 결여 탓으로 돌린다."
"신자유주의의 모순은 상호작용 질서의 차원에서 (즉 상징적으로)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주장하면서, 구조의 차원에서 사람들에게서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단을 빼앗는다는 것이다."
5. 우정의 조건
"자선은 되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므로, 그 안에 이미 상대방의 명예에 대한 평가절하가 들어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자선을 베푸는 사람과 받는 사람은 동등한 위치에서 관계를 맺을 수 없다."
"사실 걸인에게 예의 바르게 적선을 하는 방법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걸인으로서는 거기 있다는 자체가 이미 굴욕이기 때문이다. 그를 그 자리에 버려둠으로써 사회는 이미 그를 모욕하고 있다."
"빈민의 주된 용도는, 애완동물과 마찬가지로 그들을 쓰다듬는 사람의 인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데 있다."
"관계 속의 개인들이 서로를 도구화하지 않고 사람으로 대할 수 있는 것은 경제적인 관심을 관계 바깥으로 밀어냈기 때문이다."
"환대는 공공성을 창출하는 것이다. 아동학대 방지법을 만드는 일, 거리를 떠도는 청소년들을 위해 쉼터를 마련하는 일, 집 없는 사람에게 주거수당을 주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에게 실업수당을 주는 일은 모두 환대의 다양한 형식이다. 자유로운 인간들의 공동체라는 현대적 이상은, 생산력이든 자본주의의 모순이든 역사의 수레바퀴가 어떤 자동적인 힘에 의해 앞으로 굴러감에 따라서가 아니라, 이러한 공공의 노력을 통해 실현된다."
7. 신성한 것
"사람이라는 것은 사회 안에 자리가 있다는 것이며, 신성하다는 것은 이 자리에 손댈 수 없다는 것이다. 낙태의 합법화는 이 원리를-위반하기는 커녕- 다시 한 번 확인한다. 태아에게 장소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엄마뿐이기 때문에, 태아를 환대할 권리 역시 엄마에게만 있다. 사회가 엄마의 의지와 무관하게 태아를 환대하기로 결정하고 엄마에게 임신을 유지하도록 강제한다면, 이는 한 사람의 몸을 다른 사람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셈이 된다. 즉 엄마의 사람자격을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
"도덕적인 차원에서 전쟁이 제기하는 진짜 문제는 - 적을 죽인다는 데 있다기보다 - 자기 편을 죽게 내버려둔다는 데 있는 것 같다. 비슷한 예로 '후쿠시마 원전 결사대'를 들 수 있다. 사고의 처리에 동원된 노동자들이 수년 내에 치명적인 암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언론은 이점에 대해 언급을 회피한다. '누군가'는 원전에 들어가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이 위험해진다는 논리에서이다. (다시 한 번, "죽게 내버려두는 것은 죽이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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