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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한 현주는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쓸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이 도시에 대한 이야기는 쓰지 못할 게 확실했다. 이곳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듯하지만 문이 하도 많아 좀처럼 안쪽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도시, 언제까지나 타인을 여행객으로 대하고 이방인으로 만드는 도시였다. 처음에는 환대하는 듯하다가 이쪽에서 손을 내밀기 시작하면 정색을 하고 물러나는 낯선 얼굴의 연인 같았다. 그것은 현주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신발을 신는 현주의 등뒤에서 코베인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는 톰 소령, 지상관제소 나와라, 행성 지구는 푸르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현주는 잠시 그쪽을 돌아보았다. 눈으로 현주를 배웅하고 있었던지 코베인이 맥주병을 든 채로 한손을 조금 들어 보였다. 한낮의 햇빛과 쏟아지는 록 음악을 등진 그 실루엣은 마치 외따로 떨어진 나무 아래 홀로 흔들리고 있는 조용한 그림자 같았는데 너무 자연스러워서 우주 같은 곳으로 떠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어떤 헌신은 당연하게 여겨져 셈에서 제외된다. 시기와 처지에 따라 개인의 욕망에 대한 도덕적 해석이 바뀌는 것도 이상했다. 그리고 자기애가 강하다고해서 모두가 자신의 삶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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