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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 못하는 문장

#문장32. 김초엽-방금 떠나온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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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미덕은 잊고 보내주는 것이었다. 한정된 인지 공간에 모든 기억을 남길 수는 없었다. 기록되는 것은 짧은 생을 살다 떠나는 사람들이 아니라 불변하는 것, 자연적인 것, 법칙과 이치들이어야 했다. 이브를 기억하기 위해서 나는 인지 공간을 떠나야 했다.

그러나 이제 단희에게도 입자들은 의미라기보다는 냄새에 가까워졌다. 둔감해진 후각기관은 한때 조안이 했던 것처럼, 공기중에서 어떤 기억과 감정을 읽었다. 입자들이 단희를 그 시절로 데려갔다. 의미로는 포착할 수 없는 것들에게로. 너무 구체적이어서, 언어로 옮길 수 없는 장면으로. 조안이 말했던 그 공간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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