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80) 썸네일형 리스트형 #문장52. 성이수-서정 소품집 혹자들은 아는 게 힘이라지요. 이 곳에선 모르는 게 힘입니다. 일자무식, 모르고, 아둔해진 채 의아해하다가, 의원님은 어느 순간 의원님의 일상을 돌려받으시면 됩니다. 전쟁이 끝나고 문득 뒤를 보면 터널일 겁니다. 그럼 앞으로 걸어 나가 영영 사라지세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아무 것도 본 적 없는 사람처럼. #문장51. 박현주-까마귀가 울다 156page 이정운은 나와 대화를 한 게 아니라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명함이 끼워져 있는 책을 찾아, 쪽지를 끼워두고 곧바로 서가에서 벗어났다. 바로 코앞에 있는 나를 전혀 보지 못한 채로. 나를 보지 못한다는 것은······. 쪽지를 끼운 책을 꺼내 들었다. 이정운이 쓴 글자가 보였다. 저번처럼 짧지만 또다시 지나칠 수 없는 말 한마디. 고맙습니다, 형. 이제 남은 건 매이의 짙은 울음소리뿐, 여름은 속절없이 지나가고 가을이 왔다. 349page 명부가 활짝 열렸다. 할머니 앞에 열린 문으로 인도하기 위해 손을 내밀어 잡자 할머니는 매번 차갑던 손이 왜 이리 따뜻하냐며 웃었다. "제 손은 마지막에 잡는 손이라서요." "이런 손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으면 더 안심하고 살았을텐데······." .. #문장50. 예소연-사랑과 결함 Page 185. 일순간 몸에서 모든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고 어쩐지 나는 몹시 충만하고 완전해진 기분을 느끼고야 말았다. 인제 와서 생각건대, 현재 나의 모든 불행은 그만큼 충만한 기분을 일평생 다신 느낄 수 없을거라는 확신으로부터 비롯되는 것 같다.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