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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11. 홈플러스-순응이 곧 끝납니다 우린 당신이 제대로 찍길 바랍니다. 정답을 찍는 것이 아니라 이 시스템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출발을 하길 바랍니다. 우린 당신이 제대로 붙길 바랍니다. 대학에 붙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기조대로 세상과 제대로 한 판 붙길 바랍니다. 순응이 곧 끝납니다. 이제 세상에 불응할 수 있는 성인이 된 수험생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문장10. 정세랑-옥상에서 만나요 아이디어는 한 사람의 내부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공기 중을 떠도는 게 아닐까? 이를테면 물고기처럼 어떤 아이디어는 지표면에 아주 가깝게, 어떤 아이디어는 성층권쯤에서 부유하다가 사람들의 안테나에 슬쩍 지느러미를 가져다대는 것이다. 비슷한 발명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명되고, 비슷한 전설들이 먼 땅에서도 태어나는 건 그렇게 설명가능하다. 그러니까 나 말고 다른 안테나를 찾아. 나는 죽고 없는 사람들에게 중얼거렸다. -어쩌면 다들 이재보다도 이재가 이끌고 다니는 공기 같은 것을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함께 있으면 심장이 약간 느리게 뛰게 되는 공간 장악 능력 같은 것 말이다. 이재의 반경에선 모든 모서리와 테두리가 달라졌다. -인간의 뇌는 스물다섯에서 서른 무렵에 완성된대. 그러니까 애들 성격은 ..
#문장9. 김민철-하루의 발견 물건은 기억한다. 잊고 싶어 구석에 숨겨놓은 나를, 가장 반짝이던 순간의 나를, 가장 찌질한 순간의 나를, 조금 화려하고 싶어 용기를 냈지만 결국 구석에서 말없이 앉아 있어야만 했던 순간의 나를, 초라한 기분을 없애기 위해 영양가없는 쇼핑을 해대던 나까지. 그리하여 차마 버리지 못해 집 안 구석구석 쌓여 있는 물건들의 기억을 읽다보면 집 전체가 기억의 박물관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