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80) 썸네일형 리스트형 #문장8. 채사장-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이 책은 가장 어려운 분야에 대한 탐구 결과이고, 고독한 무인도에서 허황된 기대와 함께 띄워보내는 유리병 속 편지다. 우리는 고대 사회를 몇몇 위대한 영웅들과 선지자를 중심으로 기억하지만, 당시를 살아가던 대다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가정과 학교의 보호 속에서 제대로 된 실패를 해보지 않은 사람일수록 자신에 대한 환상을 갖는다. 자신이 실패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 하지만 세상은 당신과 그런 방식으로 관계 맺으려 하지 않는다. 세상은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부터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다. 왜 갑자기 시간은 정지한 듯하고 우리는 무기력해졌던 것일까. 학교에서의 시간은 어제도, 한달 전에도 동일하게 흘렀는데 말이다. 답은 간단하다. 끝을 보았기 때문이다. #문장7. 정세랑-목소리를 드릴게요 왜 확인하지 않았을까. 확인하려면 확인할 수도 있었는데. 사실은 그만두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 가장 비겁한 방식으로 그만두고 말았지만. 비극을 잊어버리는 시대의 전쟁이란 말할 것도 없이 참혹했다. 마취약이 들어올 때, 의사가 숫자를 거꾸로 세라고 했는데 승균은 전혀 엉뚱한 말을 남겼다. 하필이면 사랑이 일목 대상인 일목인처럼. 물거품이 될 각오가 선 인어처럼. "목소리를 드릴게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유전자가 아닌 익명의 공동체 유전자를 원했다. 닮은 대상이 아니라, 닮지 않은 대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 했다. 태이도 그랬을 것이다. #문장6. 최태성-역사의 쓸모 서른 살 청년 이회영이 물었다. "한 번의 젊은 나이를 어찌할 것인가" 눈을 감는 순간 예순여섯 노인 이회영이 답했다. 예순여섯의 일생으로 답했다. 이전 1 ··· 22 23 24 25 26 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