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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30. 정세랑-이만큼 가까이 여자애가 웃지 않고 비참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므로 호감이 갔다. 웃어주고 싶지 않을 때 웃지 않는 사람이라면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연이는 그렇게 2번 버스 멤버가 되었다.
#문장29. 정세랑-덧니가 보고 싶어 소설이 낡는 속도는 세상이 나아가는 속도와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한번 더 이 이야기를 관통하며 정교하지 못했던 부분을 깎아낼 수 있어 기뻤습니더. 깎아낸 부분보다 더해진 부분이 더 크길 바랄 뿐입니다. 여전히 농담이 되고 싶습니다. 간절히 농담이 되고 싶습니다.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의 입속에서 슈팅스타처럼 톡톡 터지고 싶은 마음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가벼움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얻을 수 있는 무게를 가늠하며, 지치지 않고 쓰겠습니다.
#문장28. 설재인-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작은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센 사람이 되어서, 아무도 저를 못 건드리게 만들 거에요. 그리고 오늘은 겨우 리허설이에요. 전 견뎌낼 거에요. 그 씹새끼가 철판 깔고 왔다면, 저도 질 수 없어요. 빡치게 만들 거에요. 그리고 있죠, 언니." 다정이 잠시 뜸을 들이더네 말을 이었다. "씨발 나를 개농장에 가뒀다? 저는, 들개가 될 거예요." 입에 케이크를 집어넣던 박병옥이 말했다. 야 은빈아. 고맙고 즐거웠다, 보고 싶을 거다, 잊지 말고 쌩까지 말고 꼭 놀러 와라, 그렇게 말하면 되는 거야. 따라해봐. 고맙고, 즐거웠다! 사랑한다! 은빈은 한 문장도 따라하지 못하고 이마를 테이블에 묻은 채 이미 부은 눈에서 또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다. 그래서 나도 그만 울고 말았다.
#문장27.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혼자 걸을 때에도 함께라는 걸 알고 나자 벽들이 투명해져요. 벽을 짓는 사람들보다 멀리 걸어가기로 해요. 이제 응원석에서 내려와서, 운동장 귀퉁이에서 걸어나와서, 운동장의 한가운데를 단호하게 밟는 순간 펼쳐지는 넓은 세계를 꼭 만나시기를 바랍니다.
#문장26. 존 스튜어트 밀-자유론 2장 사상과 토론의 자유 -단 한 사람만을 제외한 모든 인류가 동일한 의견이고, 그 한 사람만이 반대 의견을 갖는다고 해도, 인류에게는 그 한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할 권리가 없다 이는 그 한 사람이 권력을 장악했을 때, 전 인류를 침묵하게 할 권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장25. 김초엽-지구 끝의 온실 내가 마음을 모두 주었던 이 프림 빌리지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것이었다. 오래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 끝이 결코 오지 않기만을 바랐었다. 하지만 이 곳을 떠나도 여기에 내 마음이 아주 오래도록, 어쩌면 평생 동안 붙잡혀 있으리라는 것을 나는 그때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리가 돔 시티는 어땠냐고 물으면, 할머니는 그냥 웃기만 했지. 너도 이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지. 적어도 하나 이상의 지역에, 모스바나 정원을 가꾸던 이상한 노인들이 있었다는 거야. 난 네가 이 이야기를 꼭 끝까지 파헤쳐줬으면 좋겠어. 엄마는 네 글을 읽은 이후로, 매일 울고 있거든. "내가 너에게 개량종을 넘겨주면, 프림 빌리지는 해체되겠지.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이 온실이 유지되지 않겠지. 그러면 우리는 여기 더이..
#문장24. 김하나-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광고업계에도 환상을 가진 신입 사원들이 계속 들어와요. 틀에 갇히지 않은 아이디어, 엉뚱한 발상이 무기라고 생각하는 그들은 광고에서 '틀'이 뭔지조차 모르기 때문에 결코 틀을 깰 수가 없습니다.
#문장23. 김신회-아무튼, 여름 그 시절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여름만 되면 스스로를 마음에 들어하는 나, 왠지 모르게 근사해 보이는 나, 온갖 고민과 불안 따위는 저 멀리 치워두고 그 계절만큼 반짝이고 생기 넘치는 나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문장22. 장류진-일의 기쁨과 슬픔 인생에서 가장 후회했던 경험과 그 이유를 기술하시오. 나는 하얀 바탕에 깜빡이는 커서만 물끄러미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나는 봉투를 좀더 가까이 가져와 대각선으로 쓰인 글자를 읽어나갔다. Do not bend(Photo inside) 말 그대로 노파심이라는 게 이런 걸까. 사진이 지구 반대편 먼 길을 거쳐가는 동안 행여나 구겨질까, 노인은 많이 걱정했던 것 같다. 나는 시리얼 상자를 가위로 자르고, 그것을 풀로 사진의 뒷면에 단단히 붙이는 노인의 모습을 상상했다. 하얀 밤, 태양이 뭉근한 빛을 내는 창가에 앉아 가위와 풀과 사진 그리고 편지 사이를 천천히 오가며 더듬거리는 노인의 쭈글쭈글한 손을. "글씨를 힘차게 쓰던 용감한 한국의 숙녀분께"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구나. 나는 마치 그 편지를 처음 보는 ..
#문장21. 박서련- 더 셜리 클럽 표정의 책임은 절반 정도 그 표정을 짓는 사람에게 있고, 나머지 절반은 표정을 해석하는 사람에게 있다는 생각을 해요. 나는 민폐라는 말의 뜻을 옮기기를 포기하고 '투 머치'를 강조해서 말했다. 해먼드 할머니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우리 클럽의 모토가 뭐였지요?" "재미, 먹거리, 친구!" 할머니들이 입을 모아 Fun, Food, Friend라고 외쳤다. "그중에 제일 중요한 건?" "친구!" 셜리 해먼드, (이 편지를 다른 셜리들에게도 읽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지금 공항에 있어요. 멜버른을 떠나 울루루로 갈 생각이에요.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제가 찾는 사람이 거기에 간 것 같아요. 셜리들 덕분에 용기낼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얼마나 고마운지 이 짧은 편지엔 다 담을 수도 없어요. 언젠가 꼭..